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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의 ‘햇차(녹차 새순)’ 요리 도전기

by soo@ 2025. 10. 8.

오늘은 차로 마시는 것을 넘어 식탁 위의 특별한 요리로 변신한 하동 '햇차'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경남 하동의 ‘햇차(녹차 새순)’ 요리 도전기
경남 하동의 ‘햇차(녹차 새순)’ 요리 도전기

하동의 햇차, 그 특별한 시작

경남 하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녹차의 고장으로 손꼽힙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청정한 자연환경 덕분에 매년 봄이면 향긋한 햇차, 즉 갓 따낸 녹차 새순이 출하되죠. 녹차의 첫 수확은 4월 말에서 5월 초, 일명 ‘곡우차(穀雨茶)’라고 불리는데, 이 시기의 새순은 다른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떫은맛이 덜하며, 향이 풍부합니다. 차 애호가들은 이 짧은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귀한 차를 얻기 위해 해마다 하동을 찾곤 합니다.

그런데 햇차가 꼭 ‘차(茶)’로만 소비되어야 할까요? 실제로 일본, 중국,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녹차잎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파스타, 케이크, 아이스크림, 소스 등에 응용되며, 녹차가 가진 향긋함과 은은한 쌉쌀한 풍미는 음식에 새로운 매력을 더해줍니다. 한국에서도 점차 녹차를 음료 이상의 식재료로 바라보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죠.

저 역시 하동을 여행하며 햇차를 직접 만난 순간, “이 부드럽고 싱그러운 잎을 꼭 음식에 활용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주방에서의 작은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죠.

 

햇차로 만든 디저트, 달콤함 속의 은은한 쌉쌀함

가장 먼저 도전한 건 디저트였습니다. 녹차는 본래 단맛과 조화가 잘 어울리는 식재료입니다. 초콜릿, 크림, 케이크 반죽 같은 진한 단맛과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뒷맛을 산뜻하게 만들어주죠.

 

햇차 쿠키
햇차 잎을 잘게 다져 버터와 반죽에 넣어 구워내면, 은은한 푸른빛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일품입니다. 기존의 말차 가루와는 다른 신선한 ‘풀내음’이 쿠키 속에 살아 있어, 커피나 우유보다 차와 곁들였을 때 조화로움이 배가됩니다.

 

햇차 티라미수
에스프레소 대신 연하게 우린 햇차를 사용해 티라미수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크림과 햇차의 쌉쌀함이 어우러져, 기존 티라미수보다 훨씬 가볍고 청량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차를 좋아하지 않던 분들도 “이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죠.

 

햇차 아이스크림
흔히 시판되는 녹차 아이스크림은 진한 말차가루를 사용한 경우가 많아 떫은맛이 강한데, 햇차를 사용하면 신선한 풀향기와 가벼운 쌉쌀함이 살아 있습니다. 우유와 크림을 베이스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햇차를 우리거나 곱게 갈아 넣으면, 봄날의 싱그러움이 담긴 아이스크림이 완성됩니다.

이처럼 디저트 속 햇차는 단순히 ‘맛’만이 아니라, 향과 색, 계절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특별한 재료가 되어주었습니다.

 

햇차의 요리 도전, 식탁 위의 새로운 발견

디저트에 이어 본격적인 요리에도 도전해봤습니다. 녹차는 단순히 향을 내는 재료가 아니라,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차 잎에 포함된 카테킨은 항산화 작용을 돕고, 소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죠.

 

햇차 파스타
파스타 면을 삶을 때 햇차를 넣어 향을 입히고, 올리브 오일과 마늘을 베이스로 한 심플한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씹을 때마다 은근히 퍼지는 차 향이 마치 봄날 들판을 걷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특히 해산물과 잘 어울려, 새우나 조개를 넣은 파스타와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햇차 소금 & 햇차 버터
햇차 잎을 곱게 갈아 소금이나 버터에 섞으면, 요리에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햇차 소금은 고기구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햇차 버터는 따끈한 식빵이나 감자구이에 발라 먹을 때 풍미가 배가됩니다.

 

햇차 비빔밥
하동의 또 다른 특산물인 재첩, 그리고 제철 나물을 활용해 ‘햇차 비빔밥’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잘게 다진 햇차 잎을 밥에 섞고,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양념을 곁들이니, 입안에서 상큼한 향이 살아나면서도 나물의 구수한 맛과 잘 어울렸습니다. 한국적인 음식에 녹차를 접목한 가장 흥미로운 시도였습니다.

 

이러한 요리를 통해 느낀 건, 햇차가 단순히 ‘음료의 재료’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조금의 상상력과 실험정신만 있다면, 우리의 식탁 어디서든 특별한 향과 건강함을 더할 수 있는 ‘숨은 보석’ 같은 식재료라는 점이죠.

 

경남 하동의 햇차는 그저 차 애호가들을 위한 음료 재료로 머물기엔 아까운 존재입니다. 신선한 잎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과 색은 디저트에도, 일상 요리에도 훌륭히 어울리며, 음식을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봄을 즐기게 해줍니다.

저의 작은 도전은 “햇차는 차로만 마신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즐거운 경험이었고, 앞으로 더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하동을 여행하게 된다면, 햇차를 단순히 우려 마시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식탁 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봄을 맛보는 방법’이 될 테니까요.